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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작성자
 서황석 2019-05-04 03:26:46 | 조회 : 102
제      목   미국 유감 (신영전 한양대 의대교수 씀)
[세상읽기] 미국 유감 / 신영전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
김형, 오늘은 요즘 제 마음속에 치밀어 오르는 감정 하나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저는 지난 15년간 보건의료 부문 남북교류 사업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고, 또 가까이에서 그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속에 하나의 감정이 자라났습니다. 그것은 북한 못지않게 미국에 대한 섭섭함과 때때로 일어나는 미운 감정입니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뜻깊은 국가 행사도 포기하고 10여시간을 날아간 대한민국 대통령을 미국이 홀대해서 그러느냐고요? 그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그것만은 아닙니다. 그간 국제사회에서 제가 만난 미국은 한국의 평화, 안전, 이해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직 자국의 이익만이 있을 뿐이었지요. 집회 때마다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를 들고 나가시는 분들께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미국은 남한과 북한을 구별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원 코리아 정책’이 기본 입장이었지요. 그러고 보니 평생 북한 지원 사업을 해온 한 인사가 미국 모 정치인과 함께 2박3일 북한을 다녀왔는데, 그 미국 정치인에게 다음에 언제 또 북한을 방문하겠느냐고 물었더니 “내 인생에 한반도를 위해 쓸 시간을 이번에 다 썼다”고 대답했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국제정치 전문가도 아닌 제가 뭘 아냐고요? 좋습니다. 이제 제 분야 이야기를 하지요. 지난해 2월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국제단체인 ‘글로벌 펀드’가 지난 7년간 진행해오던 북한 결핵과 말라리아 사업 지원을 돌연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중단 이유로 사업의 투명성을 문제 삼았지만 그간 글로벌 펀드는 자체적으로 이들 사업이 H1(말라리아 사업), H2(결핵 사업)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자랑해왔지요. 갑작스러운 결핵약 지원 중단 결정은 결핵 환자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일 뿐만 아니라 결핵 치료의 중단은 결핵약의 내성 문제까지도 야기한다는 점에서 실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더욱이 최근 휴전선 남쪽 지역에서 말라리아 유충이 다수 발견되는 상황에서 관련 사업의 중단은 북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렇게 이해하기 힘든 글로벌 펀드의 결정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의 입김 때문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또한 얼마 전에는 보건의료 부문에서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선언의 첫 결실이라 할 수 있는 20만명분의 인플루엔자 약이 끝내 휴전선을 넘어 북으로 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유엔사가 약을 실어 나를 트럭의 방북을 허용하지 않아 전달이 늦어지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더니, 결국 북쪽의 답변이 없다는 이유로 판문점선언 이후 최초의 보건의료 부문 교류협력은 그렇게 중단되었습니다. 약을 실은 트럭 이동을 문제 삼은 유엔사의 태도 역시 하노이 북-미 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대한 압박을 최대로 높임으로써 대북 협상력을 높이려고 한 미국의 입김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떠돌았습니다.
김형, 지난겨울 저는 오랜만에 평양에 갔습니다. 모처럼 한반도에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에 마음이 들떠 남북이 함께 하면 좋을 보건의료 사업들에 대해 수다스러울 정도로 이것저것 늘어놓았지요. 그런데 제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북쪽 인사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신 선생, 그래 봤자 뭐 합네까? 어차피 미국이 못 하게 할 텐데.”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그 말의 의미를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김형,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국제정치에서 약소국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하나는 있습니다. 그것은 마음속에 분노를 품는 것입니다. 오래전,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WMD)를 이유로 미군이 인류 문명의 기원지인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강 유역을 폭격했을 때 분노에 찬 한 팔레스타인 여인이 “그 대량살상무기는 바로 우리 마음속에 있다”고 소리쳤던 것을 저는 기억합니다. 그녀의 분노에 비하면 지금 제 마음속에 일어난 섭섭함과 미움은 작은 ‘씨앗’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미국에는 제가 좋아하는 많은 친구들이 있고 무엇보다 저는 찰스 강가의 붉은 석양, 월든 호숫가의 평화로움, 케이프코드의 멋진 파도를 자주 그리워합니다.
김형, 저는 앞의 일들을 미국이 하지 않았길 빕니다. 또한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에 더 이상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 어려움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제 마음속에 뿌려진 이 미움의 씨앗이 싹을 터 큰 나무로 자라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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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92276.html#csidxd947b78e4a58ef3b0e8707c3bbb8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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